한국에서 권주는 상대시험 목적

[Article and Picture Source: http://v.media.daum.net/v/20151007141848642]

미국 여성 대선주자 피오리나 “한국에서 권주는 상대시험 목적”

회고록에서 “상대문화 참여·이해” 협상론 강조하며 한국 접대문화 경험 소개 “한국과 한국의 성취에 존경심”..”따뜻하고 유쾌한 한국민에 다대한 애정”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사장님이 피오리나 이사님을 전통 한국식으로 대접하고 싶어하시는데, (옆자리에서 시중들 사람으로) 남성을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선두인 도널드 트럼프를 위협할 정도로 급부상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가 지난 1990년대 초 미국전화전신회사(AT&T)의 자회사인 네트워크 시스템스의 이사로 방한했을 때 경험한 ‘기생 파티’ 일화의 한 대목이다.

위 대화는 당시 상대방인 럭키금성 그룹(현 LG그룹) 계열사의 사장 비서가 식사·술 시중을 들 사람으로 여성 대신 남성을 원하느냐고 피오리나에게 귀엣말로 물은 것이다.

이에 피오리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곧 “나를 위해 특별히 따로 할 것 없이 보통 한국인 사업가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하면 된다”고 답해 결국 여성으로부터 시중을 받았다.

피오리나가 직접 집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2006년)에서 이 일화를 소개한 목적은 한국 ‘기생 파티’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성공적 협상을 위해선 상대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는 게 기본이라는 협상술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많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신뢰와 존경은 음주를 통해 구축된다”며 이는 “맨정신일 때의 자제력과 사무실 복장을 벗어 던져야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상대의 끈기, 정신력과 판단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고 현지인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후로 오래도록 나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많은 음주 의식들에 참석”했으며 덕분에 중국에서도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는 등 음주 의식의 효용을 알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타인의 관습에 참여하는 것이 공통의 이해에 기반이 된다는 게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피오리나는 럭키금성의 자회사와 합작사업이 난항을 겪자 이를 풀기 위해 방한했다.

그가 보기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도착 순간부터 이슈”였다. 럭키금성에도 여성들이 “매우 매우 많았지만 모두 흰 장갑과 작업복 차림이거나 엘리베이터 운전자이거나 비서들 뿐”이고 자신같이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건물에 들어서자 모두 쳐다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수군거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정중하고 신기해했지만, 젊은 여성 이사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표정이기도 했다.

특히 “그 사장의 문화적 입장에선 나 같은 젊은 여성을 상대하는 것이 위상과 지위에 걸맞지 않을 터”였으나, 자신의 설득이 주효해 당초 예정했던 20분간의 면담을 넘어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됐다고 피오리나는 설명했다.

당시 사장 비서가 귀엣말로 전한 것이 무슨 뜻이냐고 피오리나가 한국주재 미국인 직원에게 물으니 직원은 “안절부절못하면서, 기생파티라고 하는 바비큐 파티를 말하는데, 방바닥에 앉아서 위스키를 많이 마신다. (기생파티에) 여성은 절대 초청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식으로 준비할 줄 알았다”고 답했다.

한국 측 사장이 젊은 여성인 자신을 만나주는 ‘타협’은 하면서도 접대방식에선 타협하지 않은 것은 “나를 시험하는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피오리나는 추측했다.

한국에서 권주는 “존경의 표시이자 동시에 술 시합”이어서 주빈인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시험도 하기 위해”(피오리나는 주로 시험 목적으로 봤다) 끊임없이 건배 제의가 들어왔고, “거절하는 것은 무례”이기에 받다 보니 비우지 않은 위스키가 8잔이나 쌓이게 됐다.

피오리나가 고기와 채소를 굽는 열기와 연기, 술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옆에서 시중들던 접대 여성이 ‘완벽한 영어’로 “체면을 잃어선 안 된다. 과음하거나 몸을 상해선 안 되니 도와주겠다”며 미리 갖고 들어온 나무 그릇에 몰래 술을 따라 버렸다.

피오리나는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더라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 상대 기분을 상하지 않게 술잔을 테이블 밑으로 사라지게 함으로써 건배를 외치고 마시고 체면을 지켰다”고 한국 음주문화를 해석했다.

“그날 저녁 나는 멋진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한국인 주최 측이 엄청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따뜻하고 재미있고 활력에 넘쳤으며, 나는 내 상대 기생과 더불어 그 시간을 완벽하게 즐겼다”고 그는 회고했다. “우리는 음정이고 뭐고 목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그날 저녁을 마무리했다”고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했다.

그는 이탈리아 협력사와 상담을 위해 미리 상담 의제를 달라고 요청했더니 “답이 온 건 일정표와 완벽한 음식메뉴뿐”이었다면서 상담에 앞서 음식과 포도주를 함께 하면서 먼저 인간관계를 돈독히 쌓는 이탈리아의 협상 문화도 소개했다.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성공적 상담의 필수조건이라는 지론을 강조한 것이다.

‘피오리나 대통령’이 지론대로 실천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 동맹과 우방은 물론 적대국에 대해서도 가장 이해력이 큰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오늘날까지 나는 한국과 한국의 성취에 대단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민과 그들의 따뜻함 그리고 유쾌함에 대해서도 다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한국 예찬으로 피오리나의 한국 경험담은 끝난다.

그러고도 다시 “그들은 내게 다시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선 술 시합을 벌여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고 한국의 ‘음주 시험’이 남긴 깊은 인상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LG는 7일 피오리나의 방한에 관한 기록이나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오리나는 자신이 협상을 벌인 사람을 ‘president’라고 표기했으나, LG 관계자는 회장의 경우 ‘chairman’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당시 계열사 사장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